올 8월까지 종합보험 가입건수 2017년 한해보다 2.5배 늘어
농민들, 보험금 산정방식 불만 보험사 “시세 하락 반영한 것”
보험상품 정교하게 설계해야
파종이나 농약 살포 등 농작업에 드론이 다양하게 활용되면서 관련 사고도 늘고 있다. 그러나 농업용 드론의 사고를 보상하는 보험상품이 한정적인 데다 보상을 둘러싼 마찰이 일고 있어 드론 관련 보험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농업용 드론은 정책보험인 농기계종합보험의 항공방제기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일부 보험사에서 드론 관련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대부분 타인에 대한 손해(대인·대물) 배상만 가능하고 추락·충돌·낙뢰 등으로 인한 드론 기체의 파손은 보상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농업용 드론을 이용하는 농가들은 기체 보상이 가능하고 보험료 지원(정부 50%, 지방자치단체 0∼37.5%)을 받을 수 있는 농기계종합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농기계종합보험 항공방제기(농업용 드론) 신계약 건수는 2017년 596건에서 올 8월 1486건으로 급증했다.
그러나 농업용 드론과 관련한 사고가 늘면서 보상문제로 보험사와 가입자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전남 나주시 남평읍에서 벼농사를 짓는 신정수씨(32·가명)는 2016년 8월 방제용 드론을 사면서 농기계종합보험에 가입했으며, 2019년 6월 ‘보험 가입금액 1050만원’ ‘연간 보험료 324만원’을 조건으로 보험사와 세번째 재계약을 했다.
그런데 올 8월2일 방제작업 도중 사고로 드론이 전소해 보험금을 청구하려 하자 보험사는 보험금으로 330만원을 주거나 같은 기종으로 현물 보상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신씨는 “2016년 1900만원을 주고 드론을 샀는데 아무리 감가상각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보험 가입금액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고 보험료와 비슷한 300만원대 보험금을 주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새 기종을 살 때 보험금을 보태려는 계획이었기 때문에 같은 기종으로 보상하겠다는 보험사 제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험사는 “농업용 드론은 일반 농기계보다는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기기의 성격에 가까워 해가 갈수록 가치가 떨어지는 기울기가 크다”면서 “특히 신씨가 보유한 기종의 현재 시세가 300만원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보험금을 그 이상으로 책정하기 어렵다”고 해명했다. 기술 개발과 신제품 출시 가속화로 구형 기종의 시장가격이 급락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보험사가 시세대로 보상하려 했다면 가입금액도 이에 맞게 설정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보험상품을 판매한 대리점 관계자는 “보험사의 논리대로라면 보험에 가입한 농민들은 지금까지 기계 시세를 웃도는 보험료를 내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 김제의 한 벼농가는 “보험가액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적은 보험금을 제시한 보험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이라면서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에서 2020년 7월1일 발간한 ‘정부지원 농업기계 목록집’에 포함된 해당 모델의 융자지원 한도액을 근거로 적정한 보험금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충남 청양의 한 벼농가도 “보험금이 너무 적어 울며 겨자 먹기로 파손된 드론과 같은 기종을 보상받았으나, 제조사로부터 부품 교체 등 사후관리를 전혀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후회막급”이라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농업용 드론이 도입 초기라 관련 통계가 미비하고 이에 따라 보험상품의 설계도 정밀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드론(비영리목적)은 등록 의무가 아니어서 공식적인 통계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금융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과거 외제차가 막 수입되던 시기 보험사가 부족한 외제차 시장 정보를 가지고 차량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매겨 소비자에게 보험료를 부과한 사례와 비슷하다”면서 “농업용 드론 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소비자 분쟁을 막을 수 있도록 관련 통계 등을 정비하고 상품을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