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는 보상산정액 큰 기업 보험물건 인수 기피 경향
최근 KT 아현지사 화재와 같이 기업의 리스크 관리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손해보험료 비율은 미국은 5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화재 등 리스크에 대비한 보험 가입율이 낮다는 의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손해보험 가입률은 해외에 비해 극히 저조한 수준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기업의 매출액 대비 손해보험료 비율로 정의되는 '리스크 전가 비율'은 국내의 경우 0.1707%로, 미국 기업(1.0%)에 비해
5분의1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매출 대비 손해보험료 지급 비중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보험 가입을 하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지난해 국내 기업들이 지출한 손해보험료는 6조8149억원으로, 2014년 6조4000억원과 비교해 3년 동안 약 6.8% 증가한 것에 그쳤다.
지난해 국내 대기업 손해보험료는 1조4284억원, 중소기업은 5조3865억원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비해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얼마전 KT 화재사고처럼 기업의 리스크 발생 가능성은 언제나 상존하고 발생시 물적 피해도 크지만, 국내 기업들의 손해보험 등을 통한 리스크 관리는 해외 주요국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해외 기업이 보험 등을
통해 재물손해, 배상책임손해, 간접손해 등 노출된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비해 국내 기업은 상대적으로 미흡해 리스크 발생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의 손해보험 가입률이 낮은 것은 배상책임 및 간접피해 등과 관련한 보험료 지급기준이 애매하고, 보험업계는 보상 산정액이 큰 보험물건 인수를 기피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배상책임은 발생사고와 관련한 제3자 손해에 대해서도 보상을 해주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고의방화나 자연재해 등의 경우 면책 대상에 속해 보험금을 받을 수 없으며 원인과 무관하게 모든 제3자의 손해에 대해서도 보험금을 받기가 힘든 측면이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간접 피해의 경우 직접 피해보다 입증이 더욱 어렵고, 대부분의 보험사들도 간접 피해에 대한 보상을 꺼린다"면서 "더욱이 기업들은 보상 산정액이 큰 보험 물건을 소유한 경우가 대부분인데 보험 상품의 배상 한도가 피해를 모두
담보할 만큼 크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에 있어 보험의 역할은 가장 기본적으로 뒷받침돼야 할 선행 조건"이라며 "보험료 지급기준 개선과 함께 보상한도를 올려 보험 가입을 활성화하거나 각종 사고를 대비한 보험업계의 관련상품 개발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